‘번역사’, ‘번역가’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저에게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미생으로 살던 어느 날,미팅 차 방문한 카페 구석자리에 노트북을 두드리며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분을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아... 나도평일 낮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내가 좋아하는 번역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하우스 번역사로 일 하는 동료를 보며 ‘하고 싶은 일만 하니 진짜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통번역대학원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번역사가 되기위해 반드시 통번역대학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 교육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에 몇 번 없는 행운 중 두번을 통번역대학원 합격과 졸업에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 번역사로서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올해 2월, 이제 꿈에 그리던 번역사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웬걸, 굳이 코로나 핑계는 대지 않겠습니다. 누구나 힘든 시기니까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프리랜서 번역사에게 그 시작은 쉽지 않습니다. 로망으로만 생각했던 카페에서 여유롭게 하는 (솔직히 말하면 남의눈에만 여유롭게 보이는) 번역은 글씨 하나, 토씨 하나 신경써야 하는 중요한 문서를 번역할 땐 고려할 수 없는 업무환경이었고, 카페에서 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 할 수 없는 날도 있습니다. 테스트 번역을 의뢰 받았는데 붙은 건지 떨어진 건지 조차 회신을 주지 않는 번역회사도 있고, 최선을 다해 번역했는데 의뢰인 자신이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욕도 먹어 보고요…
물론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는 날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왜 그럴까 싶을 만큼 한 단어에 가장 적합한 번역어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그러다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라 희열을 느끼고, 역시 난 천직을 찾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문득 번역사의 리얼한 경험담을 공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대학교 주전공이 언어인데 복수 전공 까지 (경상 계열이 아닌) 또 다른 언어로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을 느끼며 공부했고, (언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라는 시각이 주류인 세상에서) 나만은 나의 모국어와 외국어를 목적으로 여기며 일한다는 신념으로 번역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관심 밖의 영역일 수도 있는, 평범하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않는 번역사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번역사가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번역사와 번역회사, 의뢰인 등 ‘번역’이라는 일을 중심으로 이어진 관계들에서 얻게 된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