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현재 국내 종합 일간지 언론사에서 인하우스 번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은 통역 전공으로 입학했는데 원래부터 번역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했던 일이 대부분 번역이어서 자연히 번역 경험이 많이 쌓이게 되었고 그런 경험들을 살리다 보니 현재도 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향이나 소질도 통역보다 번역에 더 잘 맞는 것 같고요.
네, 저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졸업 후에 인하우스 번역사로 취직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프리랜서로 바로 시장에 발을 내딛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뭔가 울타리 안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안정감을 원했던 것 같아요. 신기한 것은 통대 가기 전에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꿈을 이루었네요.
먼저 종합해서 말을 하자면 저희 언론사와 계약이 체결된 해외 언론사의 기사를 번역해서 대중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저희 사업팀 내에 PM이 있습니다. PM이 매일 번역할 기사 수량을 할당해 줘요. 기사에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사 뿐만 아니라 사진 기사, 영상 기사 등 다양한 형식이 있습니다. 수량이 할당되면 그에 따라 적절한 기사를 정해야 해요. 대표님이나 현지 언론사에서 직접 추천하는 기사도 있고 번역사가 개인적으로 서칭해서 고르기도 해요. 번역할 기사가 정해지면 바로 번역을 시작해요.
그런데 원문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사 형식에 맞춰서 번역을 해야 해요. '리드문' 작성이라고 해서 기사 첫 줄(요약문) 같은 것도 작성합니다. 번역된 기사는 한국어 교열팀으로 보냅니다. 그쪽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글만 교열, 교정을 해요. 그다음에 팀장님과 대표님이 이 기사를 다시 검토하세요. 이 과정에서 원문과 대조하고 기사 형식을 교정합니다. 그리고 현지 언론사에 보내면 해당 언론사 내부 번역사들이 다시 원문과 한국어 번역본을 대조해서 최종 원고를 확정합니다. 여기서 중간에 수정이 필요하면 다시 번역사에게 돌아오기도 해요. 그럼 다시 수정을 해서 보내고 최종 확정을 하죠. 이후에는 먼저 해당 언론사의 한국어판 사이트에 게재되고 이후 한국 언론사들이 해당 기사를 사가기도 해요. 이런 프로세스로 일을 하다 보니 단순히 번역을 하는 느낌보다도 뉴스 컨텐츠 제작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음, 그런 것을 쓸 수 없는 구조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는 언론사다 보니 집배신 시스템1으로 해요. 기사를 내는 것과 똑같은 거죠. 번역만 한다 뿐이지, 기자들이 집배신 시스템으로 기사를 작성해서 데스크로 보내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니 따로 캣 툴 같은 것은 쓸 수 없죠. 번역을 한 후에 한국어 교열팀으로 '보낸다'라고 하지만, 사실상 집배신 시스템에서 번역 마친 문서를 전달하고 모든 것이 그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안정감이겠죠. 직장인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월급이 큰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야행성이고 하다 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못할 수 있는데 인하우스 번역사로 일하면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이 가능해져서 좋아요. 이건 장점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만족감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언론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개인 시간이 별로 없어요. 언론사다 보니 주말 근무, 야간 근무가 불가피하거든요. 해당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나 국가원수가 방한을 할 때는 언제 기사가 나올지 몰라 계속 대기를 하기도 합니다. 기사가 나오면 바로 속보로 번역되어 나가야 해서요. 일반 회사보다도 아마 근무 시간 자체는 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희가 번역하는 현지 언론사가 뉴스와이어, 즉 통신사기 때문에 더 촉박하게 기사를 내야 하는 경향도 있어요.
음, 직장 생활이라고 생각하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할 것 같아요.그리고 언론사 인하우스 번역사의 특징으로 보자면, 물론 어느 곳이든 번역사는 번역의 정확도가 중요하겠지만, 언론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속도도 매우 중요하고요. 일반 기업의 번역문 독자가 기업 내부 관계자라면, 언론사에서 내는 번역문은 일반 대중이 독자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중요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도 필수죠. 시의성이 떨어지면 기사의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그리고 일반 대중이 읽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어투나 어색한 표현이 남아있으면 안 돼서 한국어 표현과 기사 형식도 잘 알아야 해요. 기사 제목도 번역사가 번역할 때 정해야 하기 때문에 요약 능력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결국엔 프리랜서로 일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다 보니 기사 쓰는 것도 재미있고요. 막연한 생각이지만 언론 고시도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는 전부 외국 기사를 한국어로만 바꾸는 번역을 하고 있는데 한국 기사를 외국어로도 번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고요. 제 장점이 속도라는 것을 일하면서 느꼈기 때문에, 우선은 언론사 인하우스 번역사로 계속 커리어를 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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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배신 시스템 : 언론사 내부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CMS), 신문 공정의 초기 단계인 기사 작성 및 전송, 데스킹, 교열 과정을 클라이언트-서버환경을 기반으로 윈도우 상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