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지콘스튜디오팀 입니다.
번역은 한 언어 텍스트를 다른 언어의 텍스트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정의는 간단하지만 두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수준은 천차만별이지요.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정성껏 수 놓은 수제(?) 번역도 번역이고, 모국어와 외국어 언어의 특징을 간과한 채 1:1로 대응하여 나타내는 번역도 번역이라고 동일하게 치부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번역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자맥질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약간의 팁을 준비했습니다. 잘된 번역은 독자가 보기에 의미가 명확하고 이해가 잘 됩니다.
특히 번역 지망생분들이나 통번역대학원 준비생, 언어를 공부하면서 번역에 관심있는 초급 번역가 분들에게는 아래의 예시들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든, 중국어든, 일본어든 중급 수준이상의 실력자들은 이미 공감하실 내용들이라 리마인드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외국어를 학습하면 “해석”의 과정을 거쳐 언어를 배우게 됩니다. 독학이든 전문가로 대표되는 교사/강사의 해설을 통해서든 외국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해석하는지 배우고, 이를 토대로 해당 외국어를 습득하게 됩니다. 사전을 찾거나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도 번역보다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외국어를 학습하게 됩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번역은 해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석은 해석에서 마치지만, 번역은 해석+@가 되어야 번역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해석을 기반으로 탄탄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다음 단계인 번역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게 됩니다.
아래에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시작은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해석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종종 독자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해석: 그는 매우 전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有前途를 해석하면 “전망이 있다”이라는 뜻인데, 한국어에서는 “사람”에게 전망 있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망은 사업이나 계획 등, 일의 성공 가능성을 의미하지요. 적절한 한국어 표현인 “전도 유망하다”는 표현으로 번역을 해야 합니다. (번역: 그는 전도 유망한 사람입니다.) 또한 很의 영향력도 옅어집니다. 중국어의 很은 습관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고, 위와 같은 문장에서 很을 "매우" 라고 하게 되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그간 외국어를 마주하며 하고 있던 작업은 해석이신가요? 번역이신가요?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번역은 의미를 전달하는 작업입니다. 더 나아가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해봅시다. 출발어와 도착어의 관계에서 모국어와 외국어의 단어를 1:1로 옮기기만 한다면 그것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독자에게 원문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모국어와 외국어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운이 좋게 언어별로 1:1 대응이 되는 것 같아 보이는 표현이 있어도 가장 적절한 표현이 무엇일지 한 번 더 고민해보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어의 간섭을 받는 단어 몇 가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你有意见吗?라고 하면 "너 의견있어?" 라는 의미일까요? 아닙니다. 해당 문구는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불만이 있는지를 묻는 어조입니다. 의견(意见) 이라는 한자 독음이 중국어에서는 불만을 담은 어조로 사용되는 단어의 특징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너 불만있어?" 라고 번역해야 합니다.
他们放学回来了。라는 문장도 비슷합니다. “그들은 방학을 해서 돌아왔다.”고 번역해서는 안 되고, “그들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번역해야 합니다.
放学는 ‘방학’이 아닌 수업 등의 일과를 마친 것을 의미하지요.
你这样说让我不高兴。을 해석하면, “너 이렇게 말하면, 나로 하여금 기쁘지 않게 한다.” 라고 합니다. 굉장히 어색하지요. 这样(이렇게)이나 让(-로하여금-하게하다)을 직역해 그대로 해석하면 앞과 같은 한국어의 어색한 문장이 되어버립니다. 한국어의 입장에서 잘된 번역이라 함은 “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속상해” 라고 표현할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지요.
중국어 회화 교재나 대본 및 시나리오 등을 보면 小李/小韩/小王 등 사람 이름 앞에 小가 붙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小 라는 표현은 성씨 앞에 붙여서 친근함을 나타내는 중국 호칭 문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문화적 배경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면 "소이/소한/소왕"이라고 잘못 번역하게 됩니다. (올바른 번역은 이씨/이선생/이민호 등과 같이 한국의 호칭 문화를 반영하여 나타내면 되겠습니다.)
또한 몇몇 직업의 호칭을 부를 때도 유의해야합니다. 아래 간단한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떻게 번역을 해야할까요?
1. 장 의사는 수술을 잘한다.
2. 장 선생님은 수술을 잘하신다.
사실, 위의 짧은 한 문장으로는 어떻게 번역을 하는 것이 더 나은 번역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화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1번이 될 수도, 2번이 될 수도 있지요. 어떤 맥락에서 저런 문장이 나왔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동료 의사나 의사의 선배와 같은 손윗사람인 경우는 1번으로 번역이 될 것이고, 손아랫사람은 2번으로 번역을 하게 될 것이죠. 잘 된 번역의 핵심은 화자와 독자를 고려하고 해당 문화의 기준 아래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위와 비슷한 金先生은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요? “김선생” 이라고 번역해야할까요?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
현지에서 원어민 친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대부분 고민하다가 선택하는 소재가 “사자성어”입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요. 사자성어를 가르쳐주는 이유는 한국어로 나타내자면 긴 의미를 네 글자로 함축하여 담아내 강력한 전달력을 발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자성어나 관용어구 등의 표현은 외국어와 모국어를 공부하며 더 나은 표현으로 번역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표현 그대로 문장을 암기하여 적용하면 더 나은 번역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한중번역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표현이 더 좋은 번역인지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결정됩니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번역을 위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모국어나 외국어의 구문, 관용적인 표현을 자주 공부하고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도 무방합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원문을 잘게 분해할수록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단순하고 명확해집니다. 이런 특징은 글 좀 쓴다 하는 카피라이터나 작가, 블로거의 잘 쓴 글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지요. 하나의 긴 복문을 의미 단위로 여러 개의 단문으로 분해합니다. 모국어 실력이 좋을수록 탁월한 번역이 가능합니다.
외국어 번역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번역의 왕도는 많이 해보는 것입니다. 개인의 축적된 노하우가 쌓여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번역이지요.
양질의 문장들을 수없이 번역하고 연구해서 자신만의 번역 노하우를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더 나은 (중국어) 번역을 위한 고민 다섯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1. 번역과 해석을 구분하기
2. 모국어를 1:1로 대응시키지 않기
3. 양국문화 이해하기
4. 사자성어 활용하기
5. 문장 분해하기
특히 초보 중국어 번역가 분들께 도움이 될 포스팅이었기를 바랍니다.
이번 포스팅의 반응이 좋으면, 다음 포스팅에서 더욱 자세한 사례로 다뤄볼게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Wel-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