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야기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 (with 차라)

중국어 번역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 일까요? 현재 온라인 강의와 육아를 병행하고 계시는 차라, 김소희 번역사님을 만났습니다.
December 16, 2021

번역, 자격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지콘스튜디오 입니다.

통번역 대학원을 나와야 할까?
번역 학원을 다녀야 할까?
번역 자격증은 필요 없나?

번역가를 꿈꾸는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인터뷰 포스팅을 통해 번역사 두 분을 소개했습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한 준비에서부터 번역가로 살아가는 과정, 번역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인하우스/프리랜서 번역가의 하루 일과, 인사이트, 장단점,

그리고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과 번역가가 알려주는 번역기 사용 팁까지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었죠. 꼭 한 번 확인해보시고 인사이트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


👉 2년차 번역가 프리랜서에서 인하우스로
👉 3년차 번역가 인터뷰. 그녀는 어떻게 번역사가 되었나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진행했던 문답 내용이 많은 분들께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번에 중국어 번역사 차라님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차라님은 현재 육아와 함께 번역 작업에 매진하고 계셨는데요, 현재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서도 “핫한 클래스”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니 검색해보시길 바랍니다.

중국어 번역 업계에 당당히 이름을 새겨가고 계신 차라님과의 인터뷰를 여러분들께 공개해드립니다.

인터뷰는 세부분으로 구성해 진행했습니다.
1부) 중국어 번역사 차라님의 [ 빈칸 ] 채우기.
2부) 번역작업 밸런스 게임.
3부)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말.
     

본 인터뷰를 통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바라요~

제 1부분) 빈칸 채우기


나, 차라는 [ 10 ] 년차 번역가입니다. [ 덕후 기질이 다분하고, 좋아하는 것에 곧잘 설레는 ] 사람이에요.

내가 번역한 작품은 중국 드라마 <나의 남신>, <선풍소녀2>, 에세이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등 이며,
최애(最爱)는 번역 작업이 가장 힘들고도 뿌듯했던 중국 드라마 대본 <나의 남신> 이에요.
나는 요즘 [ 대만 책 번역 작업으로 정신없이  ]  보내고 있고, 앞으로 [ 일을 조금 조절 ] 하며 보낼 계획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번역은 [ 처음부터 모국어로 쓰여진 것처럼 읽히고 이해되는 글 ] 이라고 생각해요.

[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 그리고 언어에 대한 사랑] 은 번역가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에요.

나의 번역 커리어에 영감/도움을 준 도서는 [ 많아서 꼽을 수가 없어요 ㅎㅎ ]
나는 영어 번역의 수요가 큰 시장에서 [ 가끔 영어와의 병행을 고민할 때도 있지만, 나만의 길을 구축하는 데에 집중 ] 하며 중국어 번역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제 2부분) 번역 작업 밸런스 게임 (우선순위 하나를 골라주시고, 간단한 이유도 부탁드려요.)


Q. 번역할 때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직역 VS 의역 VS 창작(초월번역)
의역. 직역은 글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각 나라의 언어적 특성을 생각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적절한 의역이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원문을 뛰어넘는 초월번역(창작)은 약간 위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Q. 번역할 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문장 VS 한 단어
둘 다 가볍게 볼 수가 없어서 고르기가 힘들지만 굳이 고른다면 저는 ‘한 문장’을 택하겠습니다. 단어 하나 하나에 너무 집착했을 때 문장 전체적으로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단어가 아니라면 문장 전체의 맥락과 뉘앙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번역가 되기 위해, 통대졸업 VS 번역학원 VS 자격증취득
고르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통대도 나오지 않았고 번역 학원도 다니지 않았으며, 번역 자격증도 없지만 10년차 번역가로 일을 쭉 해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셋 다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번역가에 도전하고 싶은데 셋 중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셋 중에서는 ‘번역 학원’이 그래도 가장 근접한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내가 더 선호하는 것은, 출판번역 VS 영상번역
출판번역. 사실은 지금껏 지나온 번역 인생의 절반을 영화/드라마 대본(시나리오) 번역을 해왔기 때문에 영상번역에도 관심을 가졌었지만 육아와 병행하고 있는 제 현재 상황과 책을 좋아하는 제 성향을 고려해보았을 때는 출판번역이 조금 더 어울리고 맞는 것 같아요. 긴 시간을 두고 작업해서 활자로 만들어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제 3부분) 들려주세요


Q. 번역 일의 장점과 단점
일단 한 마디로 하자면, 장점은 제1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아주 프리하지는 않지만) 프리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단점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책과 활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번역가 만큼 좋은 직업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지요. 한국에서 만큼은 제1독자가 된다는 것, 이 또한 아주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출퇴근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조절해가며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에요.
단, 월급이 없는 프리랜서이기에 일도, 수입도 불안정하다는 것이 최고의 단점이지요.
또한 자신의 생활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단단한 마인드와 계획, 그리고 의지가 필수랍니다.

Q. 번역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
번역가는 자신의 번역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늘 아쉬운데요, 드라마와 영화 대본을 번역하면서는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드라마 대본 번역 후에는 모 배우의 매니저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지요. 배우님이 제 번역을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그 덕에 다음 작품 번역까지 맡게 되는 행운이 있었어요. 캐스팅용으로 사용된 시나리오 번역을 했을 때도 시나리오를 받은 배우가 저의 대본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야기를 중국 제작진에게 전해 듣고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칭찬은 어른도 춤추게 하네요.
출판번역을 하면서는 긴 시간 동안 번역한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서점에 놓였을 때, ‘옮긴이 김소희’라는 여섯 글자를 만날 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에요.

Q. 내공이 쌓이면서 터득한 노하우 또는 그 과정
저는 번역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이 길을 걸어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번역의 노하우도 대부분 일을 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중국어와 한국어는 분명 언어적 특성이 존재하고 그 특성이 곧 번역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번역 이전에 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특성을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냐고요? 중국어로 된 글, 한국어로 된 글을 ‘많이’ 보시면 됩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에요. (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는 클래스101 강의에 담았답니다 😊 깨알 홍보!)

Q. 번역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세가지 말 (순한맛/중간맛/매운맛)
번역이 순한 맛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중간 맛의 긴 지속이다가 매운맛이 한 번씩 등장해준다고 할까요. 하지만 중간 맛도, 매운맛도 그 속에 우리의 구미를 당기는 감칠맛이 들어 있듯 번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낯선 언어를 친숙한 우리 말로 풀어낼 때의 기쁨과 희열이 바로 감칠맛 나는 순간, 아닐까요. 그 감칠맛의 매력에 이 일을 합니다. 실제로 ‘감칠맛’의 사전적 용어를 찾아보면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뜻도 보여요. 마음을 끌어당기는 번역, 함께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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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
넘쳐흐르는 순간, 사람들이 쳐다볼 것이다. -김소희(차라)


번역을 “업”으로 시작한지 올해 10년차가 되신 차라님,
통번역대학원 X, 번역학원 X, 번역자격증 X, 세가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어와 중국 드라마가 좋아서 시작하신 일이 현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 좋은 글귀, 노래가사,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적 장르의 번역을 “감성번역”이라고 재정의하신 차라님의 철학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 동안 제게 큰 여운을 주었습니다. 차라님의 이후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오늘도 Wel-con!

👉 중국어 번역가 차라님 공식블로그 방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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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콘스튜디오

언어가 주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Borderless Creator, 지콘Studio Team.
지콘스튜디오 팀은 번역 과정에서 나오는 치열한 고민과 그 인사이트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