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콘스튜디오팀 입니다.
시간을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딥마인드사의 알파고와 대한민국의 자랑 이세돌 프로 9단이 세기의 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인공지능의 압승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대한민국 이세돌 9단만이 인공지능의 이름에 흠집을 내는 정도였고, 타국의 프로기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게 되었죠. 당시 인공지능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을 치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하며 AI 전문가로 나아가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인터뷰이로 모신 송교석 대표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망 첫걸음>을 옮긴이(역자)로 인터뷰를 요청드렸는데,
알고보니 100억 투자를 유치하시고, 직원들 연봉을 1000만원씩 인상해주신 메디픽셀의 대표님이시더라고요. 옮긴이이자 젠틀한 대표, 송교석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여러분들께 공개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출판용어!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정리되시길 바랍니다 :)
역자: 작품이나 출판물 따위에서,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겨 놓은 사람. (=번역자/옮긴이)
번역사: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거나 바꾸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번역사는 번역가를 높여 부르는 호칭. (=번역가)
편저자: 자신의 글 또는 타인의 글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수집하여 생산. 타인의 글을 본인의 관점에서 편집하여 저술한 사람. (=엮은이)
네, 메디픽셀은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의료기기 기업입니다. 가장 근간이 되는 기술은 인공지능 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보다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과 치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디픽셀은 만 5년차 회사인데(2022년 기준), 심혈관질환 진단과 치료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AMC, SNUBH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심장내과 선생님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며, 한 분야에만 집중했기 때문인지 얼마 전 시리즈A 투자로 100억원을 유치했고, 글로벌 기업에서도 일부 투자를 받은 바 있습니다. 감히 업계 연봉 상위 1%라고 자부합니다. 투자를 받은 후에 기존 직원들 연봉을 일괄적으로 1,000만원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경력을 가진 분들을 대거 채용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재(人才), 임상, 데이터 이 세가지는 아끼지 말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좀 더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했었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책을 번역해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년, 20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어떤 출판사에서 역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죠. 해당 출판사 역자 모집에 지원을 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그때 처음 옮긴이로써 도서를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잖아요? 그때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라우터 같은 장비가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때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거죠. 라우터를 관리하는 CCNA 자격증이 있었는데, CCNA 수험서를 번역했던게 제 첫번째 번역이었습니다.
이번에 번역을 하게 되었던 <신경망 첫걸음>이라는 책은, 사실 2016년까지 직장을 다니다가 사직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2016년 3월에 역사적인 대국이 있었던 것 기억하시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바둑 대국이 있었는데, 그걸보고 개인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죠.^^
저녁에 공부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인공지능을 새로 공부해야겠다 해서 아예 그만두고 공부를 해보자 싶어서, 6개월 동안 자발적 백수가 되어서 생활을 했어요.
6개월 동안 인공지능을 열심히 공부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영문 원서가 있었는데, 그 원서를 통해서 인공지능은 이거구나. 기본은 이거구나 라고 이해를 하면서 그 도서를 통해 큰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그 원서가 제가 번역한 <신경망 첫걸음> 이에요. 책 분량도 200페이지 정도로 많지 않아서 더 수월했던 것 같고요.
당시 제가 백수로 생계도 막막했기 때문에 (번역 수입이) 도움이 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지인이 출판사에 있었는데 어느날 저한테 문의를 하셨어요. “요새 인공지능 공부한다며? 혹시 우리 번역하면 좋을 책 몇 개 추천해줄래?”
이 이야기를 듣고, “형, 너무 쉽고 좋은 책이 있다(Make your own neural network). 출간하시면 대박나실거다” 라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그 분(출판사 대표)이 이야기를 듣고, 따로 알아보셨죠. (미국) 출판사와 저자에게 연락을 해서, 결국 판권을 땄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면서 제안을 주신게 “네가 제안했으니 네가 한번 번역해봐” 기회를 주셨고 그래서 제가 번역을 하게 됐어요. 당시 재밌게 봤던 책을 번역까지 하게 되어 무척 기뻤어요. 아직까지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금액을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엔 기억은 안나고요. 번역은 일반적으로 인세를 받는 경우는 드물어요. 보통은 출판사와 계약시 “장당” 번역료 OOO 얼마라고 하죠.
예를 들어 300페이지면 곱하기 300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망 첫걸음>책은 출판사와 계약시 장당 계약으로 진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많은 분들이 봐주셨고, 최근 6쇄까지 인쇄가 되었어요. <신경망 첫걸음>이 번역도 잘되었고 책도 많이 팔리고 하니, 추가로 네권정도 해당 출판사와 인공지능 관련 책 번역을 계약했어요. 두번째 책부터는 인세 계약을 했었는데, 예상 외로 두세번째 책은 그만큼 팔리진 않았어요. 이런 점은 도서 번역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고려하셔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제목 같은 경우는 출판사와 협의 하에 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원제목을 따를 수 있지만, 2016년에는 인공지능이 아직은 낯설었던 시기여서 그런지 출판사에서도 시리즈로 기획했던 것 같아요. 또 워낙 쉽고, 간결하게 설명을 하는 책이기 때문에 “첫걸음”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신경망 첫걸음> 이라고 지었지요. 지금도 용어의 선택에 만족스럽습니다.
당시에 한두페이지를 AB테스트처럼 두가지 문체로 번역하고 출판사에 문의를 했어요. A는 존댓말의 스타일로 하고, B의 경우에는 일반 기술서적처럼요. 어미를 다르게 두가지 버전으로 작업했죠. 저는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려면 경어체로 쓰면 어떨까 제안을 드렸고, 출판사에서도 승낙을 해주셔서 결정됐던 부분이에요. 좀 더 독자에게 정중하게 다가가려는 표현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아는 분야를 번역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책보다 이 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단기간에 번역을 했습니다. 다만 즐겁게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신경을 썼던 점은 책에 들어가는 내용은 비문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문장이 길어지면 비문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세번 네번 다섯번씩 읽고 비문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특히 IT서적은 코드가 동작이 제대로 되어야 하거든요. 책이 쓰여졌던 시점은 1~2년 또는 3~4년 이전 시점일텐데, 그때 검증했던 코드가 거기선 지금 동작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데, 당시 직접 검증하며 하나하나 확인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에 인공지능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는데, 다행인 것은 우리 국민들이 습득이 빠르잖아요? 2016년 하반기에는 이미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분들이 많아지셨죠.
그분들이 다뤄야 하는(용어) 정립이 어느 정도 되셔서, 어떤 표현 같은 경우에는 영어 그대로 옮기면 굉장히 어색한 단어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한글 표현에 주안점을 두기도 했고, 또 어떤 표현은 한글로 표현하는 것에 무리가 되는 미묘한 포인트를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보면, hidden network 라는 표현을 “히든망” 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영어로 풀어쓰기도 그렇고, “은닉망”이라고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과적으로“은닉 네트워크”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hidden을 “은닉”이라고 표현해주셔서 맞겠구나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어렵습니다.
옮긴이로써도 그렇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도 그렇고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일을 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이것을 잘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라고 하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옮긴이로써 대입을 해보자면, 내가 이것을 조금이라도 잘못 번역을 하거나 어떤 오탈자가 있을 경우에는 결국 독자분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게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또 그렇게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잘 아는 분야, (돈벌이로만 생각하게 되면 내가 모르는 분야에도 욕심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분야를 좀 더 독자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하게 될 때 좋은 번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그동안 도서 번역을 총 5권을 했어요. 그때마다 번역이라는 것이 즐거운 작업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고통스러워지면 아무리 내가 잘하려고 해도 그 결과물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즐겁게 작업을 해야하고, 즐겁게 작업을 하려면 결국은 스스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더라고요.
본인 스스로가 번역을 잘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을 선택해서 작업하시면 번역이 좀 더 즐거워지고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가 출판번역 옮긴이(역자)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께 유용한 인사이트가 되셨길 바랍니다. 다음 인터뷰에도 멋진 분을 모시고 좋은 내용을 담아보도록 할게요. 😁
저희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Wel-con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