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야기

나의 번역물, 저작권은 모두 내꺼?

시카고에 계신 피자맨과 상하이에 계신 간짜장님의 사연이 지콘스튜디오에 도착했습니다. 과연 어떤 사연이었을까요?
December 28, 2021

저작권 읽어주는 남자

안녕하세요.
지콘스튜디오 입니다.

번역을 하기도 정신없이 빠듯한 번역가 김지콘의 일상. 주어진 번역 작업을 잠시 내려놓고, 공익 봉사 차원에서 한 커뮤니티에 떠도는 밈(Meme) 한 페이지를  번역했어요.
그러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졌어요. 온라인 여기저기 구전되어 김지콘 번역사를 향한 칭찬과 격려 등 다양한 반응이 쇄도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김지콘 번역사에게 저작권이 생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렇게 생긴 저작권의 범위와 효력은 어디까지인지, 지콘스튜디오를 통해 전달된 비슷한 두 편의 사연을 저작권 읽어주는 남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할게요!

안녕하세요. 저작권 읽어주는 남자, 지콘스튜디오의 백철호입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온 사연이 있는데요. 이 사연들을 통해서 발생하는 저작권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연1] 시카고 피자맨

취미로 한영번역을 시작한지 3년차가 된 시카고에 사는 피자맨입니다. 혹시 최불암 시리즈라고 아세요? 30년도 넘은 아기 손바닥 만한 책에 적혀 있던 유머시리즈인데요. 미국에 거주하면서 최불암 시리즈를, 자주 만나는 미국 현지 커뮤니티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번역을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미국친구들을 웃길만큼 현지화 된 표현을 살려서 재미있는 번역이 나왔어요. 이렇게 나온 저만의 최불암 시리즈. 저에게도 저작권이 있나요?

저작남:
먼저, 좋은 번역을 하셨다는 것에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미국의 정서에 맞춰서 바꾸는 번역 작업은 사실상 글자를 글자로 바꾸는 것 이외에 한 문화를 다른 문화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로스컬쳐를 수행하신 것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피자맨님의 사연을 통해서 발생하는 저작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작권과 함께 유사한 개념인 소유권도 함께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저작권은 무체물인 저작물을 객체로 하는 배타적 지배권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이렇게 딱딱하게 정의되어있지요. 주요 키워드는 무체물입니다. 이에 반해 소유권은 유체물을 객체로 하는 배타적 지배권입니다. 주요 키워드는 유체물이고요. 예를 들면 소유권이 적용되는 단어들은 집, 자동차 물건들이고. 저작권은 지적재산권 등의 사람의 생각과 관련된 단어들 입니다. 저희들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통틀어서 저작물이라고 하지요.

관련 법령: 저작권법 제2조(정의)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의 정의와 저작권이 발생하는 범위에 비춰보면, 피자맨님이 번역한 최불암 시리즈에는 저작권이 있습니다.

노력의 과정을 거친 산출물이기 때문이지요. 저작권은 아래와 같은 최소한의 조건이 성립되면 발생합니다.

1. 정신적 노력에 의해서 얻어진 사상, 감정을 담아야 합니다.
2. 말, 문자, 음, 색, 등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구글이나 파파고 번역기 등으로 번역을 했어요. 그러면 저작권이 생길까요? 네 맞습니다. 생기지 않아요. 인간의 노력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다른 법령에 따른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사연을 통해 피자맨의 생각이나 사상,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피자맨에게 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저작권이 적용되는 범위인지는 살펴봐야 합니다. 부연 설명은 이어지는 사연에 덧붙여볼게요.


사연2] 상하이 간짜장

지금은 OTT 서비스가 많이 활성화되어 거의 사라졌지만, 5-6년전까지만 해도 커뮤니티에서 자막을 공유하고 다운받아서 외국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보면 영상 시작 전에 번역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어떤 시그니쳐 같은 표시들이 보였는데요. 이렇게 해서 자막을 번역하면, 자막을 번역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생길 수 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이 저작권의 권리 범위가 어디까지 생기나요?

저작남: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까지는 알고 계시네요. 관건은 저작권이 어디까지 발생하고, 그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느냐하는 것일텐데요. 이야기하기 앞서 원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간의 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저작물은 원본자체에 당연히 의미가 있는 것이고, 2차적 저작물은 원본을 사용해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간 새로운 가공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 사연주신 피자맨님과 두번째 사연주신 간짜장님 모두 원본을 가지고 작업한 작업물이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로 볼 수 있습니다. 2차적 저작물의 권리범위는 원본의 저작권 권리범위의 이외의 것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요. 이와 동시에 2차적 저작물은 1차저작물의 권리범위를 침해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권리가 형성됩니다.

예를 들면 오징어게임을 번역하신 분은, 모든 대사를 번역했기 때문에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이 발생하는 범위에 계십니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 대본도 번역사님의 저작권 범위에 포함될까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원본은 시나리오 작가분의 저작물의 범위이지요. 이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부분만 2차적 저작권에 대한 권리적 범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해볼게요. 저작권은 발생합니다. 다만 2차적 저작권은 1차저작권자의 권리범위를 침해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상하이 간짜장님의 사연은 비교적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먼저 자막파일이 공유된 상황을 원저작자가 인지하고 있는지, 원저작자에게 동의를 구했는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동의를 얻은 이후의 상황이라면 합법적인 권리가 발생하고, 자막에서 나온 영리 활동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만약 동의가 되지 않았다면, 안될 가능성이 높고요.
다만 목적이 상업적이었는지 비상업적이었는지, 교육이었는지 소통이 목적이었는지 등으로 그에 따라 각각 다른 법령에서 (저작권의 범위가)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회사에서 만든 모든 문서는 저작권이 다 제 것인가요?
네.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닌 경우가 더 많지요. 왜냐면 기본적으로 근로/계약 관계에서 따로 명시하지 않는 이상,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산출물이 나왔을 경우 그 권리는 법인에게 귀속 되어있기 때문이죠. 사전에 따로 명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저작권을 살펴볼게요.
의뢰인과 번역회사가 있어요. 의뢰인이 번역회사에게 번역을 의뢰하고, 담당자(PM)분이 번역사 님께 요청합니다. 검수자에게도 작업 할당을 요청드려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최종 산출물을 의뢰인에게 전달한다고 할 때 저작권이 어떻게 발생하고 권리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까요?
의뢰인은 용역에 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회사는 산출물을 제공합니다. 그러면 저작권은 의뢰인에게 다 귀속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도 창작의 과정에서 참여한 인원에 대해 각자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이 발생하게 됩니다. 때문에 계약서 상에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공동 소유한다고 명시한다면 구체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번역의 결과가 데이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좋은 번역물이 양질의 데이터가 되고 좋은 데이터가 우수한 인공지능을 만드는데 활용됩니다.

시카고의 피자맨과 상하이 간짜장님의 사연, 그리고 번역 과정에서 일어나는 저작권 정의와 범위, 권리 효력 등을 알아봤습니다.

특별한 상황에 계신 분은 지콘스튜디오에 사연을 보내주시면, 함께 고민하고 같이 해결해보며 콘텐츠로 제작해볼게요 :)

🔥 저작권 읽어주는 남자가 전해주는 생생한 사연을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오늘도 Wel-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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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콘스튜디오

언어가 주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Borderless Creator, 지콘Studio Team.
지콘스튜디오 팀은 번역 과정에서 나오는 치열한 고민과 그 인사이트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눕니다.